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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다음과 같은 글을 보았다.

 일주일에 한번 쯤 적어도 이주일에는 한 번은 꼭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때론 술을 마셔도 좋고
같이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해도 좋고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절대 어색해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

늦은 밤 홀로 집으로 가는 길
조금 무섭거나 짠한 마음이 들 때
전화해서 "오늘 어떻게 지냈어" 물을 수 있는 사람

함께 있을 때 누군가 애인이냐고 물어도
펄쩍 뛰며 아니라고 손젓지 않을 사람

이삿날 찾아와 무거운 짐 날라주며 힘자랑 해주고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슬쩍 일어나 주는 사람

손을 잡거나 팔장을 끼거나 때로 가벼운 포옹도 좋지만
키스 이상은 절대 안되고

서로의 소개팅 이야기에 서로 충고해 줄 순 있어도
누군가 서로 소개해 줘서는 안되고

서로의 생일에는
하루나 이틀 전에 만나서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나누며 축하해 줄 수 있고

혹시 새로운 애인이 생겨서
소홀해 지고 멀어져 갈 때는
조금 궁금하고 서운해지기도 하겠지만
절대 후회하거나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람

글에서 표현하고 있는 사이를 보면 친구라고 하기에는 더 애정이 느껴지고 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2% 부족한 애매한 사이이다. 마치 친구와 애인의 경계에 있는 듯한.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한 사이를 계속 지속시키려 하지 않는다. 이 애매함에서 벗어나 친구 또는 애인, 어느 한 쪽의 사이로 관계를 규정하고자 한다. 그래야만 확실하게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맺어지고 어떻게 대할 지에 대한 행동양식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의 관계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는 순간 서로는 그 정의에 얽매여 말 그대로 단어뿐인 사이가 되어버린다. 단어가 설명하는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고 수천 수만의 그 단어로 엮어진 다른 관계들과 똑같은 관계.
인간 개개인 서로의 관계는 모두가 다른데 굳이 범주화하여 그 안에 끼워맞추려 하고 있는 것이다.  

멀지 않은 과거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나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 친구는 나에게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특별히 사귀자는 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으니 이런 관계가 지속된다면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것이고 그게 곧 사랑이며 사귀는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신이 여자친구라 고 확실히 정의되지 않은 것이 꽤 신경쓰였나보다. 결국 이런 점이 부담이 되어 난 그 만남을 계속 지속하지 못하였다. 사랑한다고 사귀자고 고백하지 않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에 그렇게 비중을 두고 현재의 관계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린왕자중에는 어린왕자와 여우의 이러한 대화가 나온다.

어린왕자: 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여우: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어린왕자: "길들인다"는게 무슨뜻이야?

여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어린왕자: 관계를 맺다는다고?

여우: 물론이지. 내겐 넌 아직 수십만의 아이들과 같은 어린아이일 뿐이야.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 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는 내가 수십만의 여우들과 같은 여우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될거야. 나는 너한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거고.

생텍쥐베리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그는 관계 맺는 다는 것은 길들이는 것이라고 표현하였고 서로를 길들임으로써 관계가 맺어지면 서로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된다고 하였다. 
생텍쥐베리의 관계에 대한 표현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 관계의 본질은 애초부터 외부에 의해 규정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관계를 맺는 두 주체가 서로를 길들임으로써 하나뿐인 특별한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사막여우들이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막여우를 만날 것이다.
다만 그 여우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이가 되는 것과
그 여우가 자신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것은
서로를 어떻게 길들이냐에 달려있다.

문득 내 지난날이 여우를 만나기 전 어린왕자와 겹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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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핑구야 날자 2009.06.25 08:28 신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할텐데.. 노력해보겠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2. 샬랄라 2009.07.02 18:25

    그 어떤 관계의 애매함을 사람들은 그리고 저는 왜 참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저 하나의 단어로 관계를 정의내린다고 해서 상대방의 마음까지 확실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perm. |  mod/del. |  reply.
    • 아는오빠 2009.07.03 09:51 신고

      상대에게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요? 상대방이 나에게 적어도 이만큼의 마음을 가져주고 행동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
      정의되지 않은 관계는 그것들을 확실하게 보장해주지 못하니까요.

      마치 계약서를 쓰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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